1989년 3월 14일, 포항에서 열린 전국회의에서 첫 번째 노동자 ‘뉴스’가 상영되었을 때, 우리에게는 불확실하지만 가슴 벅찬 꿈과 희망이 있었습니다. 20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 지나간 세월의 흔적은 뚜렷합니다. 수많은 변화와 좌절, 그리고 새로운 모색과 발전은 20년이라는 시간 동안에도 간단없이 이어진 것입니다.
그것은 힘들고 안타까운 과정이었습니다. 노동자 뉴스를 탄생시켰던 많은 이들은 이제 우리 곁을 떠났고, 안정적인 활동을 뒷받침할 수 있는 체계적인 재생산구조를 우리는 아직 갖추지 못했고, 그리고 노동자 계급은 여전히 자본과 권력을 상대로 힘겨운 투쟁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또한 진보의 시기였습니다. 홈 비디오 테크놀로지를 오래 전에 뛰어넘어 버린 우리의 제작물들은 이제 노동자 방송국의 한 축을 마련하기에 부족함이 없고, 전세계 노동자 비디오 운동과의 연대는 이미 현재진행형의 실천이 되었습니다. 제작의 영역으로부터 조직적인 교육 사업과 진보적인 미디어 정책의 제시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활동 영역은 전방향적으로 확대되었습니다. 그리고 노동자들의 희망과 좌절을 카메라로 기록해온 우리의 소박한 활동은 그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 소중한 역사의 기록으로 남아있습니다.
서울 국제 노동 영화제는 이러한 노동자 뉴스 제작단 활동을 짧은 기간에나마 소개하는 열린 광장입니다. 이것은 부끄럽지만 솔직한 우리의 고백이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수많은 좌절 속에서도 우리가 쌓아온 실천의 결과들입니다. 노동자 영상 동아리의 제작 성과는 노동자 계급 스스로의 실천과 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교육 활동이 만난 결과물이며, 국내외 노동 영화들의 공식적인 소개는 20년에 걸친 제작활동, 그리고 15년여에 걸친 국내외 연대활동과 인터넷을 통해서 조직한 네트워크가 없었다면 결코 가능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무쪼록 영화제 기간을 통해서 이러한 노동자 뉴스 제작단의 활동과 함께, 전진하는 노동자 계급 영상 운동의 역사와 전망을 목격하고 논의하는 소중한 경험이 공유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